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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건져 올린 감성하나

인동초 (금은화)

by 감하 2026. 5. 15.

1. 엇갈린 고백

​처음엔 순백의 수줍음이었으나
끝내 노란 그리움으로 물들었습니다
​먼저 온 마음이 노랗게 타들어 갈 때
뒤늦게 하얗게 피어난 당신
​우리는 한 줄기 위에서도
이렇게 서로 다른 계절을 삽니다


​2. 기다리는 마음

​붉은 꽃봉오리 속엔
얼마나 뜨거운 마음 들어차 있길래
​터져 나오는 숨결마다
길게 뻗은 수술이 허공을 휘젓나요
​아직 하얀 당신의 오늘이
향기로운 노란 내일이 될 때까지
나는 이 자리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3. 금은화(金銀花)

​은색으로 왔다가 금색으로 가는 길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우리네 인연입니다.
​겨울을 이겨낸(忍冬) 가느다란 줄기 끝에
햇살 한 줌, 바람 한 점 엮어
​가장 찬란한 순간을
세상 모든 빛깔로 나누어 드립니다


#글씨쓰는택스디자이너
#글씨쓰는택스디자이너
#인동초 #금은화



인동(忍冬), 그 향기로운 인내에 대하여

​담장 너머로 길게 뻗어 나온 인동초 덩굴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시간의 흔적을 목격하게 됩니다. 처음 세상에 고개를 내밀 때는 눈부신 은색이었다가, 며칠의 햇살과 바람을 머금고 나면 스스로를 금색으로 물들이는 꽃. 사진 속의 풍경처럼,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제 차례를 기다리며 색을 바꿉니다.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처럼 모진 겨울의 추위를 맨몸으로 버텨낸 줄기 끝에서 피어난 꽃이기에, 그 향기는 유독 깊고 진합니다. 먼저 노랗게 익어버린 마음과 이제 막 하얗게 피어난 마음이 한 줄기 위에서 만나는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뜨겁게 달궈진 마음으로 기다리고, 누군가는 이제 막 순수한 첫발을 내딛습니다. 그 속도차와 '엇갈림'은 아픔이 아니라, 서로의 색을 닮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은색의 수줍음이 금색의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동안, 우리는 비로소 '버릴 것 하나 없는' 온전한 인연이 됩니다.
​오늘 마주한 인동초는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지금 당신의 계절이 하얀 시작이든, 노란 성숙의 끝자락이든, 그 모든 순간은 세상의 빛깔을 나누어 주는 찬란한 시간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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